Movies

임대형 감독, 김희애 주연 영화 <윤희에게>

himizu 2019. 12. 6. 00:01

부국제 폐막작이었던 윤희에게. 나는 부산 야외극장에서 봤다. 사실 여기저기 주워들은 말로는 부산 국제영화제 폐막작이 한국 작품이 되기는 흔하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윤희에게 에게 거는 내 기대감도 부풀었고, 내 예상만큼이나 좋았다.

 윤희에게는 사회에 의해 펼쳐내지 못한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담고있다. 레즈 영화 맞다. 나는 이 영화에서 특히나 좋았던게 둘이 사겼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었다. 항상 동성애로 간주되는 영화에서 (하지만 춘광사설처럼 대놓고 드러나는 사랑이야기가 아닌 경우) 사람들은 이건 '게이(혹은 레즈)'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다. 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게 정말 싫다. 왜? 레즈비언이라는게 뭐가 어때서? 게이라는게 뭐가 어때서? 이 말 자체가 퀴어포비아적인데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해놓고 마치 퀴어에 열린 오픈 마인드인척, 일침인척 한다. 나는 그게 싫다. 이 영화 레즈영화 맞다. 레즈 영화가 불쾌하게 들린다면 당신의 편견을 욕해라.

왜 우리는 감춰야 했는가

 '동성애에 반대'라는 말이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이런 이야기를 정치적인 토론 현장에서 서스럼없이 내뱉는다. 동성혼 반대도 아니고 동성애 반대이다. 대체? 성경에 나와있으면 다인가? 참고로 나는 기독교를 안 믿는다. 나는 차라리 나를 믿는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말마따나, 성경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그런거 신경 안쓴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사회가 금지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불과 몇십년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가 등장하는 영화를 판금으로 지정하였다. 가령 춘광사설 같은 영화도, 인기 배우들의 동성애 연기라는 이유만으로 판금처리가 되었던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퀴어 가시화란 쉽지 않았다. 나는 레즈비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믿지 못했다. 그저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 등장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문이 돌아 왕따를 당한 친구가 있었다. 다른 욕도 아니고 '쟤 레즈야'가 누군가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다름은 틀림이다. 이 영화 속 김희애와 나카무라 유코가 그러하였듯, 사회는 다른 정체성을 감추도록 몰아넣었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당당하게 레즈비언이라고 밝힐 수 있어서. 아직 한국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걸 안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가 점점 등장할수록 언젠가는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란걸.